컵사케란 무엇이고 어디서 시작됐을까
컵사케는 한 잔 분량, 보통 180ml짜리 유리컵에 사케를 담고 금속 뚜껑으로 밀봉한 제품입니다. 뚜껑을 벗겨내고 컵째로 바로 마십니다. 이 180ml는 일본 전통 계량 단위인 1고(一合)로, 술집에서 보는 1.8리터 잇쇼병의 십분의 일입니다. 컵에 따라 200ml나 300ml인 것도 있습니다.
효고현 나다 지역 니시노미야에 있는 양조장 오제키는 1964년 10월 10일, 도쿄 올림픽 개막일에 원컵 오제키를 내놓았습니다. 이 제품이 흔히 최초의 컵사케로 꼽힙니다. 도쿠리에 따라 마시는 사케는 맥주나 위스키 병처럼 만든 곳의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제키는 마시는 잔 자체를 포장으로 삼았고, 컵째로 마시는 모습을 투박한 행동이 아니라 세련된 것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1967년 오제키는 주류 업계 최초로 원컵 자판기를 들여놓았고, 1979년에는 전국 양조업자 단체로부터 컵사케를 개발하고 대중화한 공로로 상을 받았습니다. 오제키는 지금도 원컵을 6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로 소개합니다. 실제로 일본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컵이기도 합니다.
편의점의 표준, 컵사케
컵을 따기 전에 기대치를 맞춰 두는 편이 좋습니다. 표준 컵은 고급 사케 한 병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마시는 후츠슈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컵사케의 존재 이유입니다. 180ml 한 잔이 카페 체인의 커피 한 잔 값 정도이니, 병을 통째로 사지 않고도 진짜 사케를 가장 싸게 맛보는 방법인 셈입니다.
원컵 오제키는 알코올 도수 15%에 니혼슈도 0으로,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럽고 둥근 맛입니다. 오제키가 안내하는 가격은 세전 265엔입니다. 일본 편의점 냉장고라면 거의 어디에나 들어 있는 바로 그 컵입니다.
원컵 오제키는 차갑게 마셔도, 상온으로 마셔도, 데워 마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든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컵에 담긴 프리미엄 등급
모든 컵이 후츠슈는 아닙니다. 일부 양조장은 같은 컵 형태에 제대로 된 긴죠 기술을 담습니다. 덕분에 720ml 병을 통째로 열지 않고도 한 단계 위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역시 오제키가 만드는 원컵 다이긴죠는 정미율 50%, 알코올 도수 15%, 니혼슈도 +4입니다. 오제키가 안내하는 가격은 세전 304엔입니다. 코끝에는 은은한 긴죠 향이 스치고 입안에서는 감칠맛과 산미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데워 마시기보다 차갑게 마시는 편이 잘 어울립니다.
신카메 준마이 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사이타마의 신카메는 1987년, 전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준마이만 빚는 양조장이 되었고 그 철학이 180ml 컵에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고햐쿠만고쿠 쌀을 정미율 60%까지 깎았고, 알코올 도수는 15에서 16%이며 맛이 진하고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전문점에서는 세금 포함 약 670엔으로 편의점 컵의 두 배가 넘지만, 데워 마셔도 정말 좋습니다. 사케를 처음 맛보는 사람보다는 이미 사케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컵입니다.
지역 지자케와 캐릭터 컵
대형 편의점 브랜드에서 눈을 돌리면 지역 양조장들이 유리컵에 지역 마스코트나 동물, 명소를 그려 넣습니다. 다 마신 뒤에도 컵을 버리지 않고 유리잔으로 다시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키자쿠라 갓파 컵은 교토 후시미의 키자쿠라가 만드는 알코올 도수 14% 후츠슈입니다. 유리컵에는 일본 민담 속 물의 요괴이자 이 양조장이 수십 년째 마스코트로 쓰고 있는 갓파가 그려져 있습니다. 열어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유쾌한 기념품이 됩니다.
기후의 미요자쿠라 양조가 만드는 미요자쿠라 준마이 컵은 현지 아사히노유메 쌀을 정미율 70%까지 깎은 준마이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5%, 니혼슈도는 +7.5로 맛이 드라이합니다. 양조장이 안내하는 가격은 330엔입니다. 유리컵에는 판다가 그려져 있어 해외 수입업체들은 이를 판다 컵이라는 이름으로 팝니다. 그래서 OneSip에 등록된 해외 일부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컵사케가 되었습니다.
도치기현 사노시의 다이이치 주조가 만드는 카이카 사노마루 컵은 알코올 도수 14%, 정미율 65%의 도쿠베츠 준마이입니다. 컵에 그려진 사노마루는 사노시의 공식 마스코트로, 라멘 그릇을 모자처럼 쓴 사무라이 캐릭터이며 2013년 전국 마스코트 그랑프리에서 우승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460엔이고, OneSip에 등록된 해외 일부 매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리컵 대신 캔에 담긴 후나구치
이 진열대에 놓인 제품이 모두 유리컵인 것은 아닙니다. 니가타의 기쿠스이는 1972년 후나구치 기쿠스이 이치방시보리를 내놓았는데, 양조장은 이를 일본에서 알루미늄 캔에 담아 판 최초의 나마겐슈, 즉 가열 살균도 하지 않고 물도 타지 않은 사케라고 설명합니다. 그전까지 이런 신선한 사케는 양조장에 가야만 맛볼 수 있었습니다.
후나구치 기쿠스이 이치방시보리는 200ml 골드 캔에 담긴 혼죠조입니다. 니가타산 쌀을 정미율 70%까지 깎았고 알코올 도수는 19%이며 진하고 달콤한 감칠맛이 납니다. 양조장은 차갑게 마시라고 안내하는데, 물도 타지 않고 가열 살균도 하지 않은 사케라 사실상 차갑게 마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유리컵이 아니라 캔이지만 편의점에서는 같은 진열대에 놓이고, OneSip에 등록된 해외 일부 매장까지 닿는 몇 안 되는 컵 형태 사케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컵사케를 살 수 있는 곳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같은 대형 편의점 체인은 모두 한 잔 분량 사케를 팝니다. 슈퍼마켓과 역 매점도 마찬가지이고, 카트 판매가 남아 있는 신칸센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원컵 오제키 같은 편의점 기본 상품은 250엔에서 350엔 정도이고, 로손 스토어100의 자체 브랜드 컵은 세전 128엔으로 더 저렴합니다.
- 편의점: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 슈퍼마켓과 역 매점
- 카트 판매가 남아 있는 신칸센
- 도쿄 나카노의 아지노마치다야 같은 전문점
- 백화점 지하 식품관과 역 기념품점
더 다양한 선택지를 원한다면 사케 전문점으로 가세요. 도쿄 나카노의 아지노마치다야는 약 20년째 컵사케에 집중해 온 곳으로, 늘 80종에서 120종 정도를 갖추고 있고 지역 지자케 컵은 330엔에서 700엔 정도입니다. 특정 지역과 이어진 컵을 찾는다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나 지방 기차역 기념품점도 둘러볼 만합니다.
| 컵 | 양조장과 지역 | 등급 | 도수 | 특징 |
|---|---|---|---|---|
| 원컵 오제키 | 오제키, 효고 | 후츠슈 | 15% | 일상용, 온도 상관없음 |
| 원컵 다이긴죠 | 오제키, 효고 | 다이긴죠 | 15% | 향이 한 단계 위, 차갑게 |
| 후나구치 기쿠스이 이치방시보리 | 기쿠스이, 니가타 | 혼죠조 (캔) | 19% | 진한 생사케, 차갑게만 |
| 키자쿠라 갓파 컵 | 키자쿠라, 교토 | 후츠슈 | 14% | 마스코트 컵 기념품 |
| 미요자쿠라 준마이 컵 | 미요자쿠라 양조, 기후 | 준마이 | 15% | 드라이 준마이, 해외에서는 판다 컵 |
| 카이카 사노마루 컵 | 다이이치 주조, 도치기 | 도쿠베츠 준마이 | 14% | 마스코트 컵, 해외에서도 판매 |
| 신카메 준마이 컵 | 신카메, 사이타마 | 준마이 | 15~16% | 본격 준마이, 데워도 좋음 |
| 하쿠쓰루 치카 사케 컵 | 하쿠쓰루, 효고 | 준마이 | 13.5% | 다시 쓰는 유리컵, 해외 판매 |
잘 마시는 법, 그리고 일본 밖에서 찾는 법
대부분의 컵은 온도를 가리지 않습니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상태, 상온, 데운 상태 모두 좋습니다. 오제키는 자사 유리컵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공식 방법을 안내합니다. 알루미늄 뚜껑을 완전히 떼어낸 뒤 500W에서 최대 1분간 데우고 잘 젓는 것인데, 위아래가 고르게 데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리컵은 내열 용기가 아니므로 그 이상은 가열하지 마세요. 향이 화려한 다이긴죠 스타일과 후나구치 같은 나마 사케는 차갑게 마시는 편이 낫습니다.
일본의 법정 음주 연령은 20세이고, 공공장소 음주를 금지하는 전국 단위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장거리 열차나 피크닉 자리에서 컵을 따는 모습은 아주 흔합니다. 다만 지역별로 자체 규칙이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는 2024년 10월부터 역 주변 노상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일반 통근 열차에서는 조금 더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본 밖에서는 컵사케를 보기 어렵습니다. OneSip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컵사케는 100종이 넘지만, 해외 매장에까지 들어가는 것은 미요자쿠라 준마이 컵, 카이카 사노마루 컵, 후나구치 기쿠스이 정도로 손에 꼽습니다. 하쿠쓰루는 아예 해외 시장용으로 하쿠쓰루 치카 사케 컵을 만듭니다. 알코올 도수 13.5%의 200ml 준마이로, 벗겨내는 뚜껑과 다시 쓸 수 있는 유리컵이 특징이며 하쿠쓰루의 해외 사이트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밖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컵사케입니다.






